시작하면서: 법인 임차인 승계 부동산매매 사고
안녕하세요~ 지식거래소 무진입니다. 🙂
지난 포스팅, ‘전편’에서 부동산 매매계약을 할 때 임차인이 있는 집을 ‘전세를 끼고 거래를 할 때, 법인과 일반 임차인의 법리’에 대해 비교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대법원 선고 2003다2918 판결을 예로 들었는데요. 안 보신 분은 봐야 오늘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네요. 밑에 링크합니다. 귀찮아도 함 다녀오세요~
‘전편’에서 ‘법인 임차인이 존재하는 주택의 매매 법리’를 간단히 알아봤는데요. 비교적 최근에 거래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24년 9월 12일에 선고된 대법원 2024다239364 판결인데요.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수록합니다. 그렇다고 판결문을 쭈욱~ 나열만 하면 읽기 힘드니까 요점만 뽑아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봅니다. 그래도 좀 길어질 거라 예상합니다. 글재주는 없지만, 법조문보다 쪼금 편한 짧은 소설 하나 읽는다고 생각하세요~ ^^;;
법인 임차인이 세 들어 있는 주택 매매 계약 이야기
2020년 경 OO부동산사무실에서 한참 부동산매매 계약이 진행 중이다. 공인중개사 A 씨는 집를 사는 매수인 B씨에게 계약서 작성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계약서 작성 전에 다시 설명하면, 아시다시피 본 주택은 ‘OOO공단’이라는 법인에서 전세임대차 계약기간 중에 있습니다. 총 매매대금은 2억 8천만 원 전세보증금 2억입니다. 맞지요?“
”네~“
”전세를 끼고 하는 거래입니다. 그래서 ‘임대차보증금 2억 원은 매수인이 승계하고, 잔금은 8천만 원이다’라는 특약을 넣을 겁니다. 동의하시지요?“
”네~“
매수인, 매도인 모두 사무적인 대답을 마친 후 바로 도장 찍고, 서명하며 계약 과정이 모두 끝난다. 행복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사전에 법무사가 서류 취합,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모든 것이 조용히 끝난 듯했다.
사건이 발생하다!
약간의 배경설명을 하고자 한다. 대개 법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전세권’을 설정하는데, OOO관리공단은 전세권 대신 ‘서울보증보험’에 전세금보장보험을 가입했다. 등기부는 깨끗한 상태였겠지.
한편, 매수인은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채무인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2억 5천만 원의 근저당과 OO대부에 채권최고액 1,200만 원을 설정해 줬다.
임차인 OOO 관리공단이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반환을 청구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임대인(매수인)은 ”돌려줄 돈이 없다, 니 맘대로 해라!“를 조용히 외치고….
결국, 임차인 OOO 공단은 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에 전세보증금 반환을 신청했고, 보험을 들었으니 당연한 수순으로 보험사는 보증금 2억 원을 돌려주면서 또다른 사건의 시작점이다.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의 소
보험사가 그리 만만한가! 서울보증보험사는 보증금을 돌려준 후 바로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한다. 상대는 물론 종전 매도인이며, 금액은 원금 2억 원과 지연손해금.
판결의 결과는 비교적 단순하며, 직관적이다. 이 소송에서 “서울보증보험에 2억 원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라는 내용의 판결 및 선고가 확정된다.
법인 임차인의 면책적 채무인수 동의 법리
더 큰 파장으로 진행하기 전에 우선 우리는 약간의 법리를 이해하고 간다. 도입부에 계약체결 상황을 묘사했다.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사가 모여 ‘임대차 보증금을 매수인이 승계한다’는 계약서 내용이었는데, 정작 중요한 ‘임차인 동의’가 빠졌다.
매수인이 면책적(책임을 면하는) 채무인수(임대차보증금 인수)는 법인인 경우, 당사자인 임차인의 동의 없으면 매수인에게 면책적으로 인수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매우 명확하다. 결국, 선고는 확정됐고, 종전 매도인은 임대차보증금 2억 원과 지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ㅠㅠ

매도인의 험난한 소송 시작
매도인은 어이없이 농락당한 분노에 소송을 준비한다. 늘 그랬듯이 이번엔 이 사단의 중심 공인중개사다. 중개사가 만만한가!….. 만만하다! 설명하고, 입력하고, 법무사까지 동원, 소유권이전 등 모든 걸 관여한 공인중개사를 용서할 수 없어 대빵 큰 화살을 날린다.
공인중개사를 향한 화살 하나 (1심 판결): 서울중앙지법 2022가단5145887
확신에 찬 매도인의 첫 번째 공격이다. ‘면책적 채무인수’라는 중요한 법리를 놓친 중개사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논점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구별 및 설명하는 것은 고도의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중개사가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중개사의 손을 들어준다. 매도인 패소다.
1심 재판부는 공인중개사가 매매계약서에 ‘보증금을 승계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기재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라고 판단했다.

화살 둘, 2심 판결: 서울고법 2023나2043644
”그럼 중개사가 왜 필요한데! ㅠㅠ “ 화가 난 매도인은 두 번째 공격을 단행해서 부족하지만, 반쪽의 성과를 얻어낸다.
2심인 서울고법은 중개사의 책임에 더 무게를 두었는데, ”중개사는 단순 계약서만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뢰인의 재산 보호를 위해 법적 리스크를 알려줄 의무가 있다“라는 논지로 확인설명 의무 위반으로 손해액의 5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종 결론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4다239364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 우리나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중요한 결론에 도달하는 3심제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아래와 같다. 결론은 매도인 패.
”매매계약에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무를 매수인이 인수하기로 하는 특약은 채무자와 인수인의 합의로 채무를 인수하는 것이므로, 채권자(임차인)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 – 면책적 채무 인수, 임차인의 승낙이 필수 요건
”그러나 중개인이 이러한 채무 인수의 법적 효과나 채권자의 승낙 필요성 등 고도의 법률적 해석이 필요한 사항까지 의뢰인에게 개별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공인중개사 확인설명 의무의 한계

마치면서…..
따분한 판결문을 나름 쉽게 풀어쓰다 보니 ”참 길게도 썼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기분 탓인가???….. 직접 손해를 입은 매도인은 마음은 얼마나 처참했을까요! 또한, 중개사도 얼마나 많은 고뇌의 과정을 거쳤을까. 어찌 보면 둘 다 피해자 같습니다.
저는 과거서부터 지금까지 안타까운 ‘부동산 거래사고’를 꾸준히 피력했습니다. 오죽하면 <부동산 상식 더하기>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 내용을 강조했고, 포스팅 등에서 수없이 기록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매수인, 매도인‘과 ’잘 모르는 공인중개사‘ 이들이 만나 계약을 잘못 체결하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며,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쬐그만 물건 하나 사는데도 손품, 발품, 성능, 가성비, 리뷰검색 등 온갖 연구를 다 합니다. 부동산은 전 재산 혹은 매우 큰 돈을 투자하는 위험천만한 거래이기도 합니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특히 이를 중개하는 사람이라면 지식을 연마하는 시간에 인색하면 안 됩니다.
이번 사건은 과거 관행과 달리 운 좋게도(?)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저는 운이라고 봅니다. 50:50이 젤 합당한 결론이라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매수인도 당연히 계약의 당사자이므로 찜찜하면 적극적으로 알아봤어야지요. 모르면 물어보기라도 했어야….. 공인중개사는 더 말해서 뭐 하겠습니까!
앞으로 어찌 변화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미래에 계약방법이 완벽히 개선될 때까지는 모두 조심해야 할 겁니다. 대법원 판결 원문은 자료실에 올립니다. 필요한 분은 참조하세요~
지식거래소에서 만든 책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