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은 살아온 흔적과 추억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 살아가는 이야기 Ep2
들어가면서: 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지난 줄거리: 집 때문에 변화된 내 모습을 한 지면에 담기 어려워 나누기로 한다. 암튼, 누군가의 과거 시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래된 빨간 벽돌집을 샀다. 그것도 얼떨결에 말이다.
지난 이야기 링크: 집이 바뀌면 살아가는 방식도 변한다: 살아가는 이야기 ep1
나는 이 집에서 어떤 낯선 이의 세월의 흔적과 까마득한 내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공존하기로 한다. 추억을 굳이 요약하면 이렇다. 빨간 벽돌집, 바로 앞 텃밭, 과일나무, 그리고 나를 졸졸 따라다녔던 강아지 1마리…. 별거 없다. 이게 전부다.
집에 새로운 추억을 입힌다
대대적인 수리는 업자에게 돈만 지급하면 끝. 하지만 ‘투자 개념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집’이라 의미가 좀 다르다. 내 손으로 고치기로 맘먹고 그곳에 새로운 추억을 입히기로 한다. 도심 한가운데 오래된 집이라 쉽지 않다. 그래도 내게는 약간의 부동산상식과 실업자 시절 ‘내일배움카드’를 이용, 무료로 30일 동안 배운 목공기술이 있지 않은가! ㅋ
내 맘대로 고치기
옛날 집이라 경계가 모호해서 위성지도에 지적도를 입혀보니 집이 이 많큼 늘어난다. 개이득. 측량해보니 경계점좌표가 이곳이다. 다 부수고 영토를 확장한다.



한 달이나 배운 목공기술로 미리 개집을 만들고, 집사람이 좋아하는 꽃밭은 쓰지 않는 장독대를 개조했으며, 나무 심을 화단도 만든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놈’: 무지개다리 전설의 시작?
어느 날 갑자기 이놈이 내게로 온다. 생명체가 내 세계로 온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누가 내다 버린 유기견인데, 불쌍한 놈이다. 아무튼 왔다. 그리고 이놈과도 사랑에 빠진다.
무지개다리(Rainbow Bridge) 또는 하늘 다리는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간다고 하는 비유적인 장소 혹은 신화적인 장소라고 한다. 반려견이 먼저 가고 나중에 주인이 죽으면 무지개다리 끝에서 제일 처음 반갑게 마중 나온다는 전설 같은 동화다. 황량한 죽음의 한가운데를 헤매고 있을 때 이놈이 짠 하고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울컥하는 건 나만 그런가?

집은 놀이터다
어쨌든 오래된 집을 사서 고치는 중이다. 아파트에서 하지 못한 고기도 실컷 구워 먹고, 나무를 주워다가 불멍까지 때리는 호사도 누린다. 그리고 생각나는 데로 만들어간다.
이번 생각은 ‘물멍’이다. 연못을 크게 만들어 고기도 풀어 놓으면 좋겠지만, 집 공간이 작다. 그래서 유튭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탐색, ‘물멍 기계’를 제작한다. 말이 기계지 동네 스치로플 줓어모아 위에 시멘트를 입히고 그 위에 색칠해서 만들기. 아무튼 수중 모터로 물을 잡아 올려 7개의 구멍에서 물이 아래로 무한대로 졸졸 흘러 내려가는 구조다. 나름 만족이다. ㅋㅋ



마치면서: 건강한 육체에 올바른 정신이 나온다
‘염세주의’는 말 그대로 삶의 무력감, 허무, 절망, 귀차님즘 등으로 묘사한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태어난 이유, 사는 이유, 삶은 고통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전제조건이 있다. 쇼펜하우어가 삶을 고통이라 말한 것은 건강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역설적으로 쇼펜하우어는 극단적 현실 행복주의자로, 그는 이 현실의 고통을 이기는 것은 건강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먼저 육체가 온전해야 행복한 마음이 후행 된다는 말.
전에 요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본 하반신 마비된 남자 이야기다. 이불을 들춰보니 그의 꼬여있는 다리는 내 손목보다 가늘어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사람이 중증 병실에 세 명이나 있었다. 다리 형태는 똑같은 모양새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그리고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한결같다. 절망적인 눈빛은 아직도 선명하게 내 속에 각인된 채 그곳을 빠져나온다. 건강을 잃은 사람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염세주의’는 해석하기 나름 아닐까! 내 오만한 생각에 불과한가…
오늘의 논점은 집이 나를 많이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이다. 일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서 운동시켜 주니 고마운 일이다. 아파트(집)에서 일과가 소파에서 유튭이나 뒤적거리고, TV와 씨름하는 공간이었다면 현재의 집은 살아가는 방식을 전환 시켜주고 덤으로 추억과 작은 행복을 쌓을 수 있는 건강한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은 진행 중이라 결론은 못 내리겠다.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