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집이 바뀌면 삶도 변한다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다. 먹고, 자고, 싸고, 소파에서 뒹굴고, 다음 날 출근. 매일 작은 일상의 반복. 그리고 가끔 친구를 만나 고작 한다는 게, 돌이켜보면 그저 술 먹는 일이다. 날씨가 좋으면 아파트 주변을 배회(?). 이마저도 추워지면 만사가 귀찮다. 일상에 지칠 즈음 쌓아놓은 월차로 소박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내게 주는 최고의 위로다. 매일매일 아내와 여행만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은 추억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
나는 ‘집돌이’다. 물론 다른 이들은 저마다 훌륭한 취미가 있겠지만, 나는 집에 있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집에서 청소, 요리, 빨래 등의 취미(?)생활 하는 것은 또 싫어한다. 그저 소파에서 뒹굴며 유튜브나 검색하는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상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늘~~ 같은 일상만을 주는 집(아파트)이라는 공간의 문제점인 것 같다. 공간의 획일화라고 할까. 약 30여 년을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장소가 지루할 때면 어김없이 투자 명목으로 다른 장소로 이동(이사)을 한다. 물론 아파트의 생활은 좋은 기억도 있지만, 그 긴 시간을 보상해 줄 그 무언가 없이 세월만 갔다고 치부하는 것은 나만 그럴까. ‘그 무언가’는 기억과 함께 머무는 행복했던 감정이 아닐까?
시간의 가치
누군가 말했다.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일상의 무한 반복 때문이다. 색다른 변화가 있으면 시간을 더디게 할 수 있다. 매일매일 변화무쌍한 우리 어린 시절은 왜 그리 길게만 느껴졌겠는가!” 맞는 말 같다.
서론이 너무 길다. ㅠㅠ 암튼 일상이 엄청 지루할 때쯤 나는 또 다른 아파트를 찾아 공간 이동 계획을 꾸민다. 아파트 매입이 순조롭지 않은 때 심심풀이로 소개받은 집(사진)이다. 과거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이다.


변화의 순간
대문을 여는 순간 무척 당황한 것으로 기억한다. 집을 보는 순간 어머니의 푸근함으로 시작한 감정은 증폭되어 파동처럼 퍼져 간다. 그 옛날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잔잔한 기억들이 사진 한컷 한컷 떠오르며 마치 주마등 같다.
둔덕 위의 그 옛날 우리 집. 빨간 벽돌(특히 빨간 벽돌집!)에, 작은 마당, 마당에 어슬렁거리는 개 한 마리, 바로 앞 텃밭, 감나무, 포도나무, 등나무 그늘, 옆 마당에는 쪼그만 숲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길을 들어가면 아버지가 만들어 준 오래된 나무 그네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덩치가 작을 때라 숲으로 느껴졌지만, 사실 풀을 안 뽑은 것이다. ㅋ 하긴 쪼끄만 주택에 숲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심지어 닭장과 토끼 3마리까지 기억한다. 물론 다 식량이다.
한참 동안 그 집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도로, 생긴 땅의 모양으로 투자가치는 떨어지는데….. ㅠㅠ 그러면서 마음 한 켠에는 ‘집을 어떻게 꾸밀까?’라는 이율배반적인 행동도 한다. 결국 매매계약. 집과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
마치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가난의 대물림으로 허덕이기도, 삶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저 그런 삶을 살기도, 금수저로 태어나 자본주의의 온갖 혜택을 누리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다 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분모는 늘 지나간 후의 공허함일 것 같다.
나만의 영역인 블로그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추가한다. 그중 소소한 일상 이야기는 집이라는 공간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물론 살아오면서 얻은 각종 상식, 건강 등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은 생존기도 함께할 계획이다.
집 이야기는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다. 혹자는 바쁜 세상에 뭘 쓸데없는 데 힘 빼냐고 비판도 하겠지만, 혹시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누구나 내면에 있을 수 있는 ‘공허’라는 외로운 섬에서 공감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되는 엄청난 기적을 얻지 않을까!‘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바램에서다.
아무튼, 그때 산 집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금손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돈 안 들이고, 시간 날 때 하나씩 고쳐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자 한다.

주절주절 늘어놓은 생판 남 얘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