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브릿지 통화(Bridge Currency)
지난 시간 ‘리플의 기술’을 에둘러 알아봤다. 조금만 더 직관적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리플의 핵심은 사실 ‘xRapid’로 개발되어 현재는 ODL(On-Demand Liquidity)로 부르는 기술이다.
ODL을 그대로 번역하면, “요청이 있을 때(On-Demand) 즉시 현금 유동성(Liquidity)을 공급한다” 굳이 의역까지 해본다. “잠들어 있는 돈(예치금)을 깨울 필요 없이, 송금이 일어나는 그 ‘순간(On-Demand)’에 필요한 만큼의 ‘돈(유동성)’을 바로 공급한다”
노스트로/보스트로(Nostro/Vostro) 계좌: 전 세계에 잠들어 있는 돈
‘예치금 계좌’는 ‘돈의 길’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밑밥을 많이 깔았다. 그래도 한 번 더 쉽게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전 세계 은행들은 스위프트 망을 통해 거래한다. 스위프트 전산망은 은행끼리 금융 메시지를 주고받는 국제표준 전산망이다. 쉽게 표현하면, 스위프트망은 돈을 직접 보내는 통로가 아니라 보안된 금융메시지(A 은행에서 B 은행으로 돈 얼마 보내줘!)를 주고받는 ‘카톡’같은 인터넷 메신저다. 이 속에 표준 규칙 언어로 ISO20022를 사용한다. 그리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송금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은행은 돈을 지급해줘야 하는데, 상대 은행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예치금 계좌’가 존재하는 이유다. 예컨대,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돈 10,000불을 한국 국민은행에서 미국 시티은행으로 송금한다면, 한국은행은 먼저 이 내용을 표준화된 메시지로 미국 씨티은행으로 전달하고 시티은행은 아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물론 사전에 국민은행은 미리 예치금 계좌에 10,000달러 돈을 넣어둬야 하며 일정 기간에 서로 정산한다.
‘노스트로(Nostro) 계좌’란 라틴어로 “우리의(Ours)”라는 뜻이다. 보스트로(Vostro) 계좌는 반대로 달러 은행 입장에서 한국 은행의 계좌를 부르는 말이다. 라틴어로 “너희의(Yours)”라는 뜻이다. 서로 믿지 못하니 먹튀를 막고자 이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담보로 잡고 정산하겠다는 말이다.
금융 분석 기관(McKinsey, BIS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은행(Correspondent Banks)들이 해외 송금을 위해 예치금계좌 묶어둔 현금의 총합은 약 27조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따지면 약 3경 6,000조 원 이상이며, 2024년 기준 미국의 한 해 GDP(약 28조 달러)와 맞먹으며,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방비를 다 합친 것보다도 약 10배 이상 큰 액수다.

리플의 전략: XRP로 잠자는 돈을 해방시킨다
전 세계 은행이 국제 송금을 위해, 미리 엄청난 액수의 현금을 계좌에 묶어두어야만 했던 예치금 계좌를 리플이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복잡한 해외 송금의 병목 현상,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 필요 없이 XRP가 디지털 다리 역할로 즉각적인 유동성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즉, 브릿지 통화 개념이다. 전에 들었던 예를 살짝 가져온다.
아프리카 모잠비크로 봉사활동을 간 아들에게 아버지가 100만 원을 송금한다. 모잠비크의 화폐단위 MZN, MT로 표기한다. 송금은행은 위와 같은 국민은행이다.
이때 국민은행은 모잠비크 BIM 은행에 직접 송금하려면 그 나라 화폐인 MZN을 직접 소유하는 예치금 계좌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경유 은행을 거쳐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국민은행 -> 경유은행( 미국은행, 유럽은행, 포르투갈 상업은행, 잠비아은행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BIM 뱅크로 도달할 것이다. 이 과정이 비행기 환승과 같아, 중개 은행이 많아질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개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한다. 국민은행은 효율성면에서 모잠비크 화폐를 예치금 계좌로 두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많은 중개은행을 거치는 방법밖에 없다.
“XRP의 브릿지 개념을 위 예에 적용하면 엄청 단순해진다.”
아버지는 100만 원을 국민에서 원화(KRW) 송금하면 원화는 그 즉시 XRP로 변환되고 현지 모잠비크 화폐인 MZN로 환전되어 아들에게 즉시 전달된다. 즉, 국민은행(원화) -> XRP(브릿지 통화 ) -> MZN(모잠비크 통화로 전달) “끝”
스위프트는 송금까지 시간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고, 수수료도 엄청나다. 하지만 XRP가 중간 유동성 매개 역할을 하면 수초 내에 모든 게 이루어진다. 수수료는 0.00001 XRP로 한화 0.02원 정도로 거의 공짜다. 게다가 모든 은행의 천문학적 예치금계좌가 해방되므로 그 경제적 파급력은 엄청나다. 은행입장에서는 수수료 찌그러기 받기보다는 유동성을 풀어 자금을 활용하는 편이 더 낮지 않을까!

마치면서
리플 시스템(On-Demand Liquidity, ODL)을 사용하면 은행은 해외 예치금계좌(노스트로/보스트로)에 미리 예치해둘 필요가 없다. 미리 돈을 묶어둘 필요가 없으니 은행은 이 돈을 맘대로 쓸 수 있다. 그리고 며칠씩 걸리던 해외 송금이 단 몇 초 만에 끝난다. 결론적으로, 리플은 전 세계 은행 곳간에 묶여 있던 ‘잠자는 돈’에 자유를 주고, 이를 통해 전 세계 금융망을 하나로 잇는 고속도로를 뚫고 있는 셈이다. 스위프트를 리플이 대체하겠다는 의지다.
SWIFT의 구시대 고인 물이 ‘ISO20022’이라는 새로운 국제 금융 표준 언어를 장착했다. 모든 것이 데이터화 되는 이 거대한 전환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브릿지’다. 특정 국가의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이며, 즉각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브릿지 통화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XRP의 기술, 브릿지 통화(ODL)는 앞으로 필연적으로 도래한다고 본다. 다만, 이 기술이 리플이 전격적으로 채택된다는 보장은 없고 현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말이다. 과거 닷컴버블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으로 구현 가능한 쇼핑몰, 검색엔진 등의 모든 닷컴 중 현재까지 살아남아 성공한 회사는 소수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카카오…..
4차혁명이라는 온라인에서 온체인으로 전환되는 디지털 시대에 1등을 선점할 온체인의 금융 분야 선두는 누가 될까? 우리가 계속 추적, 감시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 모음
- 화폐의 역사 먼저 알아보자 Episod 1
- 비전문가가 바라본 세상을 움직이는 힘: 자본주의, 연준 그리고 돈 Episod2
- 누구나 예측 가능한 미래 세상 그리고 가치의 인터넷 이야기: episod 3
- 디지털이 지배하는 기계시대, 돈은 어떤 모습일까?: episod 4
- 세계 돈의 혈관 SWIFT의 현실: 불편함 -Episod5
- 자산이 오가는 길: 금융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과도기 Episod6
- 비트코인 백서 초록 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Episod 7
- 알트코인, 새로운 혁명의 시대!: Altcoin 기초개념 Episod 8
- 기축통화국의 선택 : CBDC vs 스테이블코인 Episod 9
- 종이 화폐, 디지털로 이동하다! Episod 10
- Ai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 Episod 11
- 알트코인의 쓰임새: Episod 12
- 다보스포럼과 그들이 선택한 길 : Episod 13
- 단순함의 미학 : Episod 14
- ISO20022 업그레이드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 Episod 15
- 블록체인에 담은 철학: Episod 16
- 돈이 다니는 길: Episod 17
- 생존할 놈을 골라내는 기술: Episod 18
- 영지식증명, 수학으로 만든 마법의 기술 Episod 19
- 현상을 이해하는 도구 변증법 : Episod 20
- RWA, 실물자산을 잘게 쪼갠다: Episod 21
- 돈의 경로: 다보스포럼 그리고 SWIFT ISO20022 표준 장착 코인들 Episod 22
- 분산원장(DLT), 블록체인, 헤데라의 해시그래프(Hashgraph) : 용어 정리 Episod 23
- 헤데라(Hedera) 친환경 철학의 배경과 헤데라는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과 근본이 다르다?: Episod 24
- 헤데라(Hedera)가 뭘 할 수 있을까?: 헤데라의 쓰임새 Episod 25
- 리플 Ripple XRP,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코인 리플의 사전적 의미: Episod 26
- 리플 XRP의 태생 이야기: Episod 27
- 리플 XRP 생태계 용어 정의: 리플사, XRP, XRPL, XRPL재단, 리플페이먼츠: Episod 28
- 리플의 국경 간 송금기술 리플 페이먼츠(Ripple Payments)의 이해: Episod 29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인내에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봐요~~ ^^